산달팽이의 일상 블로그
[섬&산 100] 가거도(섬등반도,독실산) 여름 트레킹 (Feat.산거머리) 본문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한국에서 가장 늦게 해가 지는 섬 "신안 가거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제 첫 번째 등산 포스팅이네요ㅎㅎ
저는 1년째 산을 타고 있는 초보 산쟁이입니다.
100대 명산을 진행 중이고 거의 매주 산에 가고 있으며, 가거도 갈 때는 28좌 정도 됐습니다.
유난히 느린 편이긴 합니다 ㅎㅎ
다른 산들은 정보가 많아서 글을 올려야겠다는 생각을 안 들었는데
가거도는 정보 공유 차원에서라도
꼭!!! 올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키보드 앞에 앉게 되었네요
저는 가거도를 9명이서 갔습니다.
트레킹을 목적으로 갔고 다들 어느 정도 산을 타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내부에서는 술이나 과자 같은 물품을 구하기도 힘들고 비싸기도 하여
고기랑 생수, 술 등은 모두 육지에서 사서 들어갔습니다.
배편 및 숙소 예약
먼저, 배편부터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가거도는 멉니다. 많이 멉니다.
6.25 때 가거도 주민 분들은 전쟁 난지도 몰랐다고 합니다.
그 정도로 멉니다.
목포 연안여객선 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가거도에 들어갔습니다.
배 예약은 아래 링크에서 진행하시면 됩니다. 어플도 있습니다.
예약하시고 목포 여객터미널에 가서 발권하시면 됩니다.
배편 | 가는날(22/7/1, 3:00) | 오는날(22/7/3, 7:40) |
가격 | 39,200 | 77,200 |
소요 시간 | 4시간 30분 | 3시간 |
사진엔 없는데 배 내부에는 과자 같은 물품을 판매하는 곳도 있습니다.
본인이 보통 차탈 때 멀미를 한다면,
멀미약 필수!!!
개인적으로 멀미약은 '메카인' 성분이 들어간 제품이 좋은 것 같습니다.
숙소는 가거도 동구 펜션을 예약했습니다.
꽤 깔끔하고 식당이 따로 있어 좋았습니다.
방은 한 방에 60,000원 정도였고 3명이서 아주 넉넉하게 잤습니다.
사장님도 친절하시고 사모님이 요리를 아주 잘하시고 친절하십니다.
아드님이 계실 때는 치킨도 파신다고 하시더라고요.
아침 점심 저녁 한 끼에 인당 만원씩 받으십니다. 메뉴는 매일 바뀝니다.
제 입맛엔 맛도 꽤나 좋았습니다.
(가격은 같은데 저녁에 반찬이 더 많습니다. 저는 생선찜을 산더미같이 쌓아주셨습니다.)
숯불은 20,000원이었습니다.
그리고 사장님께 미리 말씀드리면 가거도 회를 맛볼 수 있습니다.
육지 회랑 맛이 완전히 달라요. 꼭! 꼭! 드시기 바랍니다.
말씀드리면 그때 가서 직접 잡 아오시는 구조입니다.
또 특이한 점은
가거도는 차량을 가지고 들어가기 힘들기 때문에
펜션에 연락하면 콜택시처럼 차량을 지원해주십니다.
배에서 펜션까지 짐 옮기는 것은 무료로 해주십니다.
저는 차량(섬등반도-> 숙소) 50,000원 들었습니다.
차량 비용은 거리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가거도 맨 끝인 가거도 등대에서 숙소까지는 120,000으로 알고 있습니다.
인원수는 카니발에 탈 수만 있으면 되는 것 같았습니다.
가격 | |
식사 | 한끼에 10,000(인당), 저녁에 반찬이 더 많이 나옴 |
숯불 | 20,000 |
방 | 60,000 |
차량 지원 | 50,000(섬등반도-> 숙소) |
저는 이렇게 받았지만 현지 상황에 따라서 바뀌지 않을까 싶네요
너무 멀리 있는 섬이라 시세가 오락가락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좋은 추억을 많이 쌓고 와서 추천드리고 싶은 숙소입니다.
트레킹
트레킹 코스 : 마을-> 섬등반도 -> 독실산 -> 가거도 등대 -> 신선봉 -> 섬등반도(일몰)
저희는 2구간-> 7구간 -> 5구간 -> 6구간 순서로 트레킹 했습니다.
저희는 섬등반도의 아침과 저녁 모두 보기 위해서 위와 같이 코스를 짰습니다.
일반적인 코스는 아니라고 합니다.
그럴만합니다
이 표지판의 중요 포인트는.... 오른쪽 아래에 있습니다.
산거머리 주의 알림
가거도 독실산 일대에 서식하며 크기는 약 1.5~3cm로 주로 바위 밑 등 습한 장소에 서식함
기온이 낮고 건조해지면 땅속에서 휴면 상태로 있다가 온도 25℃, 습도 60% 이상일 때 사람이나 동물의 미세한 온도 변화, 공기의 움직임 및 진동을 감지해 산 거머리가 활동을 시작함
- 여름철 산행 시 반드시 긴 옷, 모자, 장갑, 발목 밴드를 착용하시기 바랍니다.
- 낙엽이나 맨바닥에 눕거나 앉지 마시고, 비 내린 후 산행을 자제하시기 바랍니다.
- 독실산 주변 풀숲이나 산속에서 야영, 캠핑을 하지 맙시다.
- 해충 방지 스프레이나 소금물을 발목, 손목, 목 부위 옷에 충분히 바르면 산 거머리 퇴치에 도움이 됩니다.
산거머리 이야기를 듣긴 했었지만,
당시에 있어봐야 얼마나 있겠어라고 안일하게 생각했었습니다..
그래선 안됐었는데..
만약 여름에 제가 간 코스를 타실 분이라면
무조건 긴팔 긴바지,
해충 스프레이를 꼭 가져가 주세요
독실산이 639m이긴 하지만, 해발고도가 낮은 곳부터 올라가기 때문에 쉽지는 않습니다.
11시간이 운동시간으로 잡혀있긴 하지만 중간에 점심 먹으면서 1시간 정도 쉬었습니다.
마을-> 섬등반도 -> 독실산 -> 가거도 등대 -> 신선봉 -> 섬등반도(일몰)
저는 숙소에서부터 트레킹을 시작했습니다.
아침 7시부터 시작했습니다.
마을에서 섬등반도가는 길에는 초반에 오르막 경사가 좀 있는 편이지만,
이후로는 쭉 완만합니다.
왼쪽으로 바다가 넓게 보여서 아주 상쾌했습니다.
아 이게 뭔가 사진으로는 다 표현되지 않네요
섬등반도는 정말 예쁩니다.
바람도 선선하게 풀냄새와 바다 냄새가 같이 나고
염소를 방목해서 키우고 있어서 이따금 염소 울음소리도 들립니다.
마을-> 섬등반도 -> 독실산 -> 가거도 등대 -> 신선봉 -> 섬등반도(일몰)
독실산..
제가 글을 쓰기로 결심한 이유이죠
독실산은 정말 독한 산입니다.
저희가 올라간 코스는 웬만큼 산을 타시던 분이 아니라면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편한 코스도 있습니다.
등산로로 올라가기 직전에
주민 할머니께서 "거기는 길 아닌데!" 라고 외치신
이유가 있는
그런 코스입니다.
일단 초입부터 가시밭길이 나옵니다. (사진도 못 찍었습니다)
웬만한 옷들이 다 뜯겨 나갑니다.
제 옷도 그렇게 운명을 달리했습니다.
초입엔 나무도 없고 가시 들판을 급경사로 올라가고
그 이후엔 위처럼 길이 좀 보입니다. 돌계단 같은 것도 있고요.
상대적으로 완만하게 올라갑니다.
하지만 중반부터는 이게 길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까딱 잘못하면 알바(산에서 길을 잃는 것)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저희 크루는 까딱 잘못해서 길을 잃었습니다.ㅎㅎ
중간중간 나무에 밧줄을 매달아 길을 표시해 놨는데
그걸 놓쳤습니다.
그리고 여름 독실산은 어마어마하게 습합니다.
나무가 너무 빽빽하게 있어서 해가 안 들더라고요
습해서 그런지 썩은 나무가 굉장히 많습니다.
독실산에서 나무를 잡으면 그대로 넘어갑니다.
갑자기 헐크가 된 기분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근데 이게 심각한 문제인 게
저기 빨간색으로 동그라미 쳐둔 나무가 넘어갔습니다.
대략 크기는 허벅지보다 조금 컸고, 사람을 향해서 넘어갔지만
넘어뜨린 사람이 "나무 조심!"이라고 빨리 외쳐주어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습니다.
만약 독실산을 가게 된다면 나무를 잡지 않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알바를 1시간 정도 하면서 절벽도 기어내려 가고
왔던 길 다시 돌아가고
포기하고 내려가려다가
가까스로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마을-> 섬등반도 -> 독실산 -> 가거도 등대 -> 신선봉 -> 섬등반도(일몰)
올라올 때는 더위와 습기, 알바에 싸웠지만,
하산할 때는 새로운 고통이 찾아왔습니다.
산거머리입니다.
산거머리가 어쩌다 한 마리가 아니라
열 보 정도 걸으면 한 마리가 붙는 느낌으로 어마어마하게 많습니다.
태어나서 거머리를 처음 봤는데 대략 300마리 정도 본 것 같습니다.
그중에 40~50 마리 정도는 제 몸에 붙어 피를 빨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었죠
저는 다행히 피는 안 빨렸지만, 같이 간 9명 중에 7명이 피를 빨렸습니다.
심지어 한 명은 양말 위로 빨렸습니다..
왜 지독한 사람보고 거머리라고 하는지...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거머리 밭을 뚫고 지나서 도착한 가거도 등대.
도착했을 때가 3시 조금 넘었었습니다.
가거도 등대엔 정수기도 있고 화장실도 있고 정자도 있습니다.
천국이죠
저는 여기서 늦은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펜션 사모님께 주먹밥을 부탁드려서 그걸 싸왔습니다.
이것도 만원인 게 함정이죠..
하지만 엄청 컸고 맛은 있었습니다.(김치랑 멸치도 싸주셨습니다)
휴식을 하면서 다들 장비 점검을 했는데
다들 몰랐었던 거머리 흔적이 많이 발견됐습니다..
정말 피가 잘 안 멈추더라고요
마을-> 섬등반도 -> 독실산 -> 가거도 등대 -> 신선봉 -> 섬등반도(일몰)
식사와 휴식 후 신선봉으로 출발했습니다.
이미 지친 후에 다시 오르려니 쉽지 않았습니다.
경사가 꽤 심했고
다시 거머리가 시작됐으며,
잠시 멈추면 바로 모기가 물어서
쉴 수도 없었습니다.
나중에 보니 모기가 한 30방 정도 물었습니다..
두드러기 난 줄..
그래도 신선봉은 탁 트여서 멋졌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독실산 정상보다는 신성봉이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신선봉은 일몰로 유명하다고 해요
하지만 하산길이 위험할 수 있어 일몰을 보는 건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하산할수록 섬 등반도가 점점 다가옵니다.
섬등반도로 돌아와 가만히 일몰을 기다리며 쉬었습니다.
가만히 누워서 바닷소리를 들으며 푹 쉬고 있는데
일몰이 시작됐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늦게 지는 일몰, 낭만적이지 않나요?
일몰이나 일출을 보면 뭔가 항상 뭔가 마음이 간질간질합니다.
일몰을 보면서 다 같이 소원을 빌었습니다.
아직도 풍경이 마음에 남아 잔잔하게 파도를 만들고 있습니다.
가거도는 여러모로 기억에 오래 남을 여행이었습니다
힘들었던 만큼 정말 재밌었고 많은 추억을 만들어 왔어요
이 게시물이 가거도 여행 계획을 세우시는 분들께 도움이 됐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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